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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LDK의 방은 다른 사람이 빈번히 찾아올 것을 상정하지 않고 선택되었다. 오오하타케 시로 거처를 옮길 무렵 스물세 살이었던 카즈키는 스물여덟의 자신에게 일어날 일을 몰랐다. 소파에 누운 채 눈을 가늘게 뜨고 있으면, 베란다로 이어지는 창문을 덮은 커튼이 보였다. 안경을 벗어둔 시야는 흐리게 번져있지만 눈을 감은 채로도 난간 너머로 보일 오오하타케 시를 떠올릴 수 있었다. 지루하고 틀에 박힌 모습으로 떼지은 아파트. 그 뒤로 느리게 돌아가는 관람차와 놀이공원의 불빛. 한때는 다닥다닥 붙은 창문에 장난감 버튼처럼 불이 들어와 있었지만 이 조용한 세계에선 아니었다. 그 너머에 어떤 풍경이 있든 카즈키의 눈에 실제로 보이는 것은 새벽의 어둠에 축축하게 가라앉은 커튼뿐이다. 이른 새벽의 푸르스름한 빛이 커튼 아래로 스미는 걸 보고있으면, 찰칵. 현관의 열쇠구멍에 열쇠를 넣어 돌리는 소리가 정적을 깼다. 손님을 반기는 대신 카즈키는 몸을 돌려 소파 등받이 쪽으로 고개를 향하고 자는 척 눈을 감았다.

 신발을 벗고 현관으로 들어오는 인기척은 거실에서 자고있는 카즈키를 발견했는지 조용히 부엌으로 걸음을 돌린다. 가차없이 부스럭거리는 비닐봉지조차 그의 주의깊은 노력 끝에 얌전히 식탁에 안착했다. 냉장고가 열리고, 몇 가지 재료는 밖에서 안으로, 또 안에서 밖으로 자리를 바꾸는 듯하다. 싱크대를 두드리는 물소리에 이어서 채소의 겉껍질을 벗겨내는 소리가 들렸다. 종이끼리 마찰하는 것처럼 삭, 삭, 하고 얇은 소리가 귀에 스몄다. 자신의 방에 어울리지 않는 화음을 카즈키는 말없이 듣고 있다. 이미 오래 반복된 일이지만 그는 아직도 그것을 낯선 소리라고 생각했다. 눈을 감은 채 목탁처럼 칼과 도마가 부딪히는 소리를 듣고있으면 느리게 졸음이 몰려왔다. 자는 척 하다가 진짜 잠드는 건 다섯 살짜리 애들이나 하는 일인 줄 알았는데, 그런 말로 스스로를 우습게 여겨봐도 이미 몸이 무겁다. 오래된 형광등처럼 의식이 깜빡이는 순간이 몇 번 지나가는 사이, 익숙한 카레의 냄새가 좁은 집안으로 퍼져나간다. 해가 뜨고 있다. 커튼을 통과한 빛이 소파를 덮어가기 시작한다. 발소리가 거실을 향해 다가왔다. 

 "유게 씨, 일어나세요."

 카즈키가 느리게 눈을 뜬다. 아침이었다.

 

 

 

 

 

 

 

 





 "저번보다 약간 더 맵게 해봤어요. 좀 많이 매운가 싶기도 한데……. 어떠세요?"

 숟가락에 담긴 카레는 평소보다 붉은빛이 돌았다. 커튼은 요타카의 손에 걷혀졌고, 완연한 아침의 빛은 사양않고 창문을 통과해 거실을, 그로부터 일직선으로 이어진 부엌을 비췄다. 카즈키는 카레를 한 입 먹어보고 어렵지 않게 대답했다.

 "맛있네."
 "이 정도가 좋으신가요?"
 "뭐……. 마음에 안 드는 건 아닌데, 매운 건 그냥 저번이랑 비슷하게 해."
 "왜죠. 마음에 드시면 그냥 이대로 만들어드릴게요."
 "내 마음이야."

 그렇게 말하면 요타카는 별로 납득하지 못한 표정으로 다음 한 입을 먹는다. 그의 입맛에는 카레가 꽤 매웠는지 가끔 가다가 찬 물이 든 물컵을 입에 댔다. 카즈키가 덧붙인다. "쓸데없는 눈치 싸움 하지 말고 내 말대로 만들어." "셰프는 전데." "고용주는 나지." 접시 가장자리에 담긴 후쿠진즈케(*福神漬 자른 무와 야채를 조미액에 절여만든 절임. 흔히 카레에 곁들여 먹는다.)는 적당히 달고 아삭했다. 직접 담갔다는 절임의 레시피를 요타카가 어디의 누구에게서 배웠다고 말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허름한 자취방에서 낭비되는 솜씨를 카즈키는 내심 불쌍히 여겨왔지만 아직 그 말을 요타카에게 전한 적은 없다.

 "너무 일찍 오지 말고."
 "그렇게 일찍 안 왔어요."
 "새벽에 왔잖아."
 "그건…… 어제 일찍 잠들어서. 그리고 마히루도 아직 안 일어나서요…… 그때 깨셨어요?"
 "처음부터 안 잤어."
 "아까 주무시고 계셨으면서."
 "자는 척이었거든."
 "네……."

 카즈키의 시시하고 이유없는 거짓말을 요타카는 익숙하게 넘긴다. 흉터가 빼곡한 손이 숟가락을 쥔 채 카레를 뜬다. 스물을 넘겼다고 하는 카시라타카 요타카의 얼굴에는 언제까지고 벗겨지지 않을 앳된 티가 그대로 남아있다. 그 둥근 윤곽은 식사의 장면을 이루는 사소한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다. 열아홉과 스물을 가르는 선은 여전히 그곳에 있지만, 그 선이 이름을 기억된 사람들에게까지 크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었다. "너 카레 좋아하냐." "네? ……네, 좋아해요?" 호불호에 대해 물으면 요타카는 늘 이런 식으로 대답했다. 그러니 말의 진위 여부를 가늠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카즈키는 더 묻지 않고 마저 식사를 한다. 아침의 눈부신 햇살이 요타카의 옆얼굴을 하얗게 비추고 있었다. 카즈키의 입맛에 맞춰진 카레는 내일까지 먹을 수 있을 만큼 냄비 안에 남아있다.

 어떤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에는 규격이 정해져있다. 어울리지 않는 말은 잘못된 말처럼 생각되었다. 그래서 그에겐 언제나 구실이 필요했다. "네가 워낙에 꽉 막힌 녀석이라 말하는 건데." 달그락거리는 소리는 멎지 않는다. 아무렇지 않게 계속되는 식사의 틈으로, 카즈키가 식탁 옆쪽에 놓인 물병을 집어들었다. 반밖에 비지 않은 컵 안으로 물이 채워진다.

 

 "요리는 가끔만 해도 되니까 그냥 심심할 때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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